월드컵 토고전 얘기들

2002년 대구, 대전, 광주 경기장에서 (세군데 씩이나 ;; ) 미쳐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2006년 월드컵이라니 -_-

2002년에는 월드컵 개막 전 평가전들에서부터 "국대가 미쳤어 +.+" 분위기여서 일찌감치 월드컵 분위기에 말려버렸는데.. 이번에는 냉정하게 말해서 2002년 보다는 힘든 감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평가전에도 별로 관심이 안가고 그랬다만.. 역시나 본선 경기는 챙겨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나이값을 하는겐지.. 사람 바글바글한 곳은 살짝 피해서.. 날이 어두워질 무렵, 궁동 혁재옵장에 조촐하게 고기판과 와인을 벌렸다.
오른쪽의 사진은 이번에 처음 먹어본 "제비추리"라는 부위인데.. 꼬돌꼬돌한 맛이 독특하다. 질감이 독특해서 호기심에 소금 콕콕 찍어서 날것으로도 한점 먹어봤다는 -_- (생식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사진도 있으나, 아무래도 짐승같아서 삭제 ;; )

중계방송은 당근 차붐+차두리 콤비의 MBC.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온갖 월드컵 공연실황, 전국 각지의 응원 실황, 선수 프로필 등등의 레파토리에 이어, 어느덧 10시, 드디어 경기 시작. 애국가가 두번 울리는 해프닝에 뭔가 행운을 기대해봤지만.. 전반전은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2002년 본선 첫 경기였던 대 폴란드전에서 90분 내내 폴란드를 압도하던 그 경기의 기억이, 이번 경기에 아쉬움을 더했다. 결국 어찌저찌하다가 대응이 늦었던 수비 사이를 파고 들면서 토고의 선취점. 오~~~ No!!!!

그 순간 머리를 스친 생각들, "월드컵에 미련 없이 군대 가면 되겠구나-_-" (참고: 내 입영일 6월 22일. 조 예선 마지막 대 스위스전 6월 24일 -_-), "연구실의 축구 토토 당첨은 일찌감치 날아갔구나-_-" (참고: 내 베팅은 2:0 으로 한국 승리)

살짝 로쓰해질뻔 했지만, 그래도 2002년,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던 대 이탈리아전, 바로 그 대전 경기장의 붉은악마 관중석 초대형 태극기 밑에 내가 있지 않았던가. (2003년에 1년 교환학생으로 왔다간 이탈리아 친구 Amine은 대전 경기장 옆을 지나면서 그때의 경기를 "What a awful one" 이라고 기억했다.) 암튼 그때와 같은 기적을 살짝 기대해봤다.

다행히 후반 들어서 플레이가 많이 좋아졌다. 박지성의 레베루가 다른 움직임은 단연 돋보였고, 영표 횽아의 주특기 헛다리 스텝도 응원의 즐거움을 더했다. 중거리 프리킥 전문 을용타님께 자기가 차겠다고 쇼부쳤다는 당돌한 이천수의 중거리 프리킥이 나이스하게 작렬하면서 광분 모드 돌입. 곧이어 안정환의 역전골. 2002년 대 이탈리아전 연장전에서 통한의 역전골을 꽂았던 안정환의 데자부. 어쨌거나 이 순간, 내 의지와 관계없이 목터져라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나.

막판 몇분을 남기고 공을 돌렸네 프리킥을 안찼네 말이 많지만, 어쨌거나 나는 냉정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감독과 선수들도 앞으로 끈질기게 따라다닐 비난 여론을 결코 예상 못한바가 아니었을텐데, 그런 빤히 욕먹을 결단을 내린 용기에 박수.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암튼 잘 뛰었고, 잘 이겼다.
한여름날, 축구나 달리기 같은 격렬한 야외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30도가 넘는 공기 속에서 90분 동안 미친듯이 뛰고 부딪히고 뒹굴다보면 여기저기 까지고 피멍드는건 둘째치더라도, 팔다리에 마비가 오고 구토가 올라오며 하늘이 노래진다. 자기 몸 아끼지 않고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만으로도 일단은 경이롭다.



펌질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괜찮은 글이 전체메일로 뿌려졌기에 살짝 퍼오면서 마무리. 역추적을 해보니 본래의 출처는 미디어다음 게시판의 "도도한사자"님의 작품 같다.

영표 형아 멋져요. (형아 맞나 뜨끔했다. 다행히 77년생 -_-)


우리 나라 54년 월드컵때 헝가리에 9:0, 터키에 7:0.
요즘 시쳇말로 "캐관광"을 당했다지.
그나마 토고 팀의 아데바요르 같은 월드클래스 선수 하나 없이.
게다가 호텔 값이 없어서 경기 시작 반나절 전에 도착했다던가..


p.s. 유니폼 얘기는 검증되지 않은 거라고 하네요. 토고 유니폼 스폰서가 puma 인것 같던데, 허위사실 유포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합디다. -_- 원글에 수정을 하지 않으려고 그냥 있는 그대로 퍼왔지만,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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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ber

2006/06/16 05:14 2006/06/16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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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ranite 2006/06/16 11:35 # M/D Reply Permalink

    아민은 알제리 출신 프랑스애 아니었남?

    1. saber 2006/06/16 14:48 # M/D Permalink

      아버지는 이탈리아 출신, 어머니는 튀니지 출신, 아민의 당시 거주지는 프랑스. 뭐 요래 복잡한 친구였죠;; 언젠가 자기는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2. minuano 2006/06/16 12:38 # M/D Reply Permalink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통장 잔고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토고 사람들이 통장이라는게 -_-; 왜 우리나라도 서류 제대로 못챙겨서 월드컵 못나간적도 있는데 뭐;;

    1. saber 2006/06/16 14:49 # M/D Permalink

      서류 삑사리라니. 그런 대박 삽질이 있었단 말이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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