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독서와 함께?
한달에 한권쯤 간신히 보는듯한, 아마도 연령 평균에 못미칠듯한 독서량을 가지던 내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독서에 삘이 꽂히고 있다.
12월 한달동안 구입한 책만 11권. 분야도 잡다하기 서울역에 그지없다. 기술교양, 사회과학, SF소설, 로맨스소설, 비지니스서적, 여행기 등등. 몇권만 예를 들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블링크", "해커와 화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Love and Free", "구글스토리", "한손에 잡히는 와인" 등.

이중에서 최근엔 폴 그레이엄의 '해커와 화가'를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지금 반쯤 봤다만 이 책은 특별히 나중에 한번 독후감 정리를 해야 할 듯 하다. 이단적이고 약간은 거만하기도 한, 그러면서도 강력한 자기 주장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저자의 시각이 (철저히 내 주관적인 취향에 비추어) 무척 맘에 든다. 나 역시 저자와 같은 태도를 좋아하고 추구하며, 부분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이미 그렇게 비칠런지도 모르겠다. (그것과 결부된 가치판단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흠, 교수님은 이런 자세를 썩 좋아하지 않을런지도. 그리고 이런 태도는 어디까지나 프로페셔널의 경계 안에 머물러야지, 그 밖에까지 적용될 경우 별로 좋은 영향을 가져오지는 못할테고 말이다만. 늘 의식하고 있다만 이를 칼같이 분리시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용하고 싶은 저자의 어록은 한두개가 아니다만, 책을 다 읽은 후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오늘 읽은 부분에만 국한 시키면. 저자는 "부(wealth)"에 대해서 논했다. 흔히들 사람들이 "부"="돈(money)" 이라고 해석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실은 "부"="원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 사회의 현실 속에서 "돈"은 "원하는 것"들의 적지 않은 양을 성취해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흔히들 "부"="돈" 이라고 근사화(approximation) 되곤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저자의 논리에 "원하는 것"="만족"을 추가해서, "부"="만족" 이라는 삼단논법을 완성시켜보고 싶다. 또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지만 다음 기회로.-_-)

다시 저자의 얘기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타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 된다. 그 제공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 "돈"이던, 다른 형태의 "만족"이던, 어쨌든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또는 "원하는 것" 그 자체일 수 있다. 고대로부터, 타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을 '장인'이라 부르곤 했다. (내가 저자에게 이견을 제시한다면 '예술가'를 들겠으나, 어디까지나 '기술'의 관점에서 말한 것이라 믿고 잠자코 저자의 얘기를 계속 듣겠다. 흠, 기억을 되살려보니 저자는 이전의 장(chapter)에서 소프트웨어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교수님의 철학이기도 하다. 나도 50% 이상 동의한다.)

자, 근데 여기서 난관에 봉착한다. 현대 사회는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인지라, 오늘날 한 개인이 '장인'이 되어 타인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최근 대두되는 BT나 NT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나마 소자본, 적은 인프라로 가능한 일렉트로닉스는 어떨까. 삼성 애니콜, 애플 아이팟, 소니 PSP. 이들을 누가 만들었다고 말하는게 가능할까. 굳이 한명을 골랐다고 해도 (예를 들면 스티브잡스?)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답일까.

이런 오늘날의 현실에서, 그나마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는 기술자의 부류는 '프로그래머'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오늘날의 소프트웨어는 복잡할대로 복잡하고 사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상품은 애니콜과 본질적으로 별반 다를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공감 가는 것은, 적어도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꿈꾸는 제품을 직접 창조해서 사용자들의 손에까지 쥐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사사미'가 떠오른다. 그런 맥락에서 볼때 인터넷이란 프로그래머들에겐 신의 축복이나 다름없겠다.) 어쨌거나 "힘"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내게 있어서 자신감은 모든 일을 시작부터 끝까지 즐거움 속에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는 예지력이다.

소프트웨어의 역사도 이미 적지않게 흘렀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고집세고 자존심강한 이단아들에게 아직도 기회의 땅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20대의 스티브잡스가 창고에서 뚝딱거려 애플을 만들던 그 시절의 일렉트로닉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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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ber

2005/12/29 03:41 2005/12/29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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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2/29 05:49 # M/D Reply Permalink

    심심하구나~ ^^
    아제로스로 모험이나 떠나 보는 것이 어떠한가

    1. saber 2005/12/29 13:01 # M/D Permalink

      제 성격을 제가 알기에 함부로 발담그지 못하는게죠 ㅡ.ㅜ
      당분간은 책번역 작업에도 신경 써야 하고 ;;
      퀄 잘 보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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